몰링 3.0
변보경 코엑스 대표이사 사장
2000년 무역센터 확장과 코엑스몰 개장으로 시작된 초기 몰링 1.0 시장은 단순히 쇼핑에 문화, 엔터테인먼트를 한꺼번에 즐기는 원스톱 공간으로 인식됬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복합쇼핑몰이 무얼 하는 곳인지, 몰링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게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이 되었습니다.
이후 몰링의 편의성을 앞세운 복합쇼핑몰들이 차례로 오픈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배경에서 생겨난 지금의 몰링 2.0 시장은 소비자 지향의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비자들 구매 습관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모바일ㆍ인터넷 쇼핑몰도 대중화된 지 오래입니다. 매장에서 둘러보고 구매는 저렴한 온라인을 통해 한다는 쇼루밍족이나, 2조원 규모를 넘보는 해외 직구 시장 등 신개념 역시 새로운 트렌드입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 못지않게 복합쇼핑몰도 기존과 같은 서비스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게 됐습니다. 이름부터 `복합쇼핑몰`인 만큼 쇼핑 기능 퇴화는 곧 정체성과도 직결됩니다. 이제 과제는 스마트해진 소비자들 요구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수용하느냐가 됐습니다.
사실 몰링의 기능은 14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짚어야 할 것은 현재 소비자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이 반영됐는지에 있습니다. 소비 태도가 바뀐 만큼 몰링의 알맹이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경쟁 상대는 인기 있는 동네, 이른바 핫 플레이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경리단길만 봐도 음식점이나 옷가게마다 고유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 가게들이 모여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모여들게 된 것입니다.
코엑스몰 역시 다양한 스토리와 문화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영학자인 필립 코틀러도 차세대 마켓은 가치주도형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한다고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 요소를 제공해주고 능동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공감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몰링 1.0 문화를 선보였던 무역센터와 코엑스몰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외국인 방문객들의 감성과 영혼까지 감동시키는 몰링 3.0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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